1. 오사카 10년 차 거주자의 조언: 지진, 겪어보지 않았다고 방심은 금물

안녕하세요. 오사카 이즈미사노에 거주하며 일본 재난 안전 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블로거입니다. 일본에서 10년을 살면서 진도 23 정도의 덜컹거리는 지진은 56번 정도 겪었지만, 다행히 일상이 마비될 정도의 큰 대지진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진은 경험해 보지 않았을 때 가장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일본은 지진이 장기간 없더라도 피난 훈련이나 집에 재난 대비 물품에 대해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워낙 지진이나 태풍이 많고 본인 지역이 아니라도 엄청난 타격을 줬던 대지진이 과거부터 이어져 왔던 나라이기에 그렇습니다) 특히 며칠 머물다 가는 방일 여행객들은 지리도 낯설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진도 4 이상의 지진만 겪어도 크게 놀라고 당황하게 되는데요. 이럴때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몇가지 알아보도록 해요. (최소한 이 블로그에서 몇가지 관심가는 글을 읽어보세요)

일본 여행 중 지진 알람이 울렸을 때, 내 주변의 일본 지진 대피소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방법을 정리해 드립니다.


2. 생존을 좌우하는 일본 피난소의 3가지 종류


지진 알람이 울리고 흔들림이 시작되었다면, 내 상황에 맞춰 다음 3가지 장소 중 한 곳을 목표로 이동해야 합니다.

① 일시 피난 장소 (一時避難場所): 1차 생존을 위한 공터

  • 목적: 지진의 흔들림이 멎을 때까지, 또는 지진으로 인한 화재나 건물 붕괴로부터 내 몸을 지키기 위한 '임시 대피 구역'

  • 장소: 공원, 운동장, 넓은 공터 등 하늘이 뚫려있고 낙하물이 없는 곳

  • 행동 요령: 진동이 느껴지면 가장 먼저 머리를 보호하며 이곳으로 피합니다. 상황이 진정되면 다시 숙소로 돌아가거나 3번(피난소)으로 이동합니다.

② 지정 긴급 피난 장소 (指定緊急避難場所): 쓰나미 등 즉각적 위협 대피

  • 목적: 쓰나미(해일), 산사태, 홍수 등 구체적인 재해 종류별로 목숨을 건지기 위해 긴급히 도망치는 장소

  • 장소: 쓰나미의 경우 튼튼하고 높은 고층 빌딩(쓰나미 피난 빌딩), 산사태의 경우 튼튼한 학교나 공민관 등이 지정됩니다.

  • 행동 요령: 바닷가 근처에서 큰 지진이 났다면** 1번(공원)이 아니라 반드시 무조건 높고 튼튼한 '지정 긴급 피난 장소'로 뛰어야 합니다.**

③ 피난소 (避難所): 중장기 체류를 위한 생활 공간

  • 목적: 지진으로 집이나 호텔이 파괴되어 당장 잠잘 곳과 식수가 끊긴 사람들이 모여 중장기적으로 체재하는 구호 장소

  • 장소: 내진 설계가 완비된 초/중학교 체육관, 구민 센터 등 지붕과 화장실이 있는 실내입니다.

  • 외국인 여행객도 이용 가능할까?: 100% 가능합니다. 일본의 재난 매뉴얼은 비행기나 전철이 끊겨 오도 가도 못하는 여행객을 **'귀가 곤란자(帰宅困難者)'**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소를 거부당하지 않으며, 일본인과 동일하게 구호 물품(물, 비상식량, 모포)을 제공받을 수 있으니 안심하고 찾아가세요.


3. 가장 빠르고 확실한 구글맵 피난소 검색법

해외여행 중 가장 의지하게 되는 구글맵을 위급 상황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팁입니다.

3-1. 키워드 복사해두기

구글맵에 한국어로 '대피소'라고 치면 엉뚱한 결과가 나옵니다. 목적에 따라 다음 일본어 한자를 미리 스마트폰 메모장에 복사해 두세요.

  • 밤을 새워야 하거나 구호물품이 필요할 때: **避難所** (피난소)

3-2. 통신 마비를 대비한 전화번호 적어두기, '오프라인 지도' 다운로드

지진 발생 시 트래픽 폭주로 스마트폰 인터넷이 끊길 수 있습니다. 긴급상황 시 연락할 전화번호를 기록해 두고(요즘은 전화번호 안외우는 사람들 ㅁ낳이 있죠) 혹시 걱정 때문에 잠이 안올것 같다는 분들은 여행 출발 전 호텔 와이파이를 이용해 도쿄, 오사카 등 내가 여행할 지역의 구글맵 지도를 오프라인으로 미리 다운로드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호텔이나 전철 같은 경우 역무원이나 직원들이 행동을 유도해 줄것입니다.)


4. 길거리 대피소 마크 구별법 (녹색 vs 파도 마크)

길을 걷다 지진을 만났다면 스마트폰을 볼 시간조차 없습니다. 일본 전봇대나 건물 외벽에 붙은 마크를 직관적으로 구별하세요.

  • 녹색 배경에 사람 그림: 일반적인 지진/화재 대피소입니다. 이곳을 따라가면 안전한 공터나 체육관이 나옵니다.

  • 파도 모양(🌊) 그림 [매우 중요!]: 쓰나미(해일) 대피소를 의미합니다. 바닷가 근처에서 강한 흔들림을 느꼈다면 녹색 마크가 아닌, 이 파도 마크가 붙은 '쓰나미 피난 타워'나 고층 건물로 대피해야 살 수 있습니다.

여행 다니다가 내 호텔이나 숙박처 주변에 이런 그림이 보인다면 지나치지 말고 위치를 한번 봐두세요. (긴급상황시 생명줄 입니다.)


5. 대피하기 전, 내 위치가 정말 위험한지 먼저 확인하세요

진도 3~4 정도의 흔들림이 발생했을 때, 무작정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은 오히려 낙하물(간판, 유리창 등)에 맞아 다칠 위험이 큽니다. 침착하게 테이블 밑에서 진동이 멈추기를 기다린 후, 현재 내가 있는 지역의 안전 상태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어느 일본 지인이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한 이후 걸어다니면서 머리위에 떨어진 간판들을 살피며 걸어다니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아마 트라우마의 영향이겠지요. 즐거운 여행에서 매번 이런것을 의식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번 쯤은 이곳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당장 어디로 몸을 피해야 할지를 생각해 두는것은 중요 하다고 생각해요.

모르고 당하는 재난은 공포지만, 알고 대처하는 재난은 이겨낼 수 있는 일상이 됩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일본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